이향안은 사진 작가이면서 사진 작가가 아니다. 사진의 속성에 매료되면서도 그것을 의심한다.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존립할 수 있는 공간의 차원과 형식에 관심이 있으며, 자신이 경험하는 현실에 대한 내밀한 인식을 평면과 입체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작업은 주변의 관찰과 수집으로 시작된다. 도시 변두리에 떨어져 나온 사물이나 풍경을 촬영하거나 직접 작업실로 가져온다. 그 다음은 직관적인 감각으로 화면의 조형성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행하는데, 이  지점에서 핵심이 되는 원리는 평면과 입체의 반복적인 전환이다. <일상과 환상>시리즈는 납작한 이미지 위에 작가가 찾은 오브제를 배치하고, 그것을 재촬영하여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데페이즈망 기법을 떠올리게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작가가 선택한 풍경과 오브제들은 기존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점차 분리되어 순수한 미적 조형성의 탐구 대상이 되며, 완결된 이미지들은 도시 공간에 대한 작가의 입체적인 지각과 이를 사진을 통해 해석하는 주관적 미감을 드러낸다. 따라서 <일상과 환상>시리즈에 등장한 도시의 단상들과 피사체들은 작품의 주제라기보다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양가적인 특성을 실험하기 위한 하나의 질료로서의 성격을 획득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가 집중하는 부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세상에서 분리된 대상이 잃어버리고 마는 실재성과  3차원의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사진의  프레임 속에 구현된 환영 간의 상호관계성이다.  본 전시에서  <일상과 환상> 시리즈 중 하나인 <일상과 환상 n.10>은  그것의 완결된 이미지와 유사하게 구현된 설치 <강남아파트, 일상과 환상>와 병치되어 보여진다. 전자를 토대로 아파트 주변에서 찾은 오브제들을 3차원의 공간에 재구성하여 후자를 완성한 것인데, 마치 이미지에 담긴 가짜-사물에게 다시 기존과 유사한, 그러나 처음과는 다른 새로운 몸을 만들어 준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과거에  서울의 다른 곳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강남 아파트라는 장소, 그리고 그 곳에서 찾은 오브제들과의 상호관계적 맥락을 재생산하며 그 의미를 확장한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작업은  완결되었던 사진의 매듭을 풀어 공간의 차원으로 옮겨온 새로운 장소특정적 설치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향안의 초기  작품의  범위가  완결된  창작물로서의  사진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는 점차 자신이 관찰한 장소의 구체적인 맥락을 적극적으로 포괄하는 방향으로 이행한다.1853호 안방을 채우고 있는 일련의 설치(혹은 사진)는 이전 작업들에서 지속해 온 사진의 속성에 대한 작가의 발전된  실험이다. 벽과 바닥, 천장은 3차원의 공간임에도 일상에서 다른 오브제를 배치하기 위한  고정된 배경 혹은 틀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사진이 공간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매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평면과 입체의 양가적 속성을 가지는 벽, 바닥, 천장의 일부를 사진으로 출력한 뒤, 방 안의 다른 곳에 옮겨 배치함으로써 고정된 공간의 물리적 위치를 전복시킨다. 방의 일부를 손쉽게 뜯어내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난 후,  뒤섞인  공간은  관객들의  개입으로  한층  더  흥미로운  지점으로  향한다.  이를테면  바닥에  놓인  <천장>은  관객들이 이리저리 밟고 지나다니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흔적을 얻고, 그 속에서 정말 바닥의 일부가 되어간다. <일상과 환상> 시리즈가 사진 위에 작가  임의대로 오브제를 고정해놓은 채 완결된 이미지를 제시한 것이라면, <천장>, <바닥 1>, <벽 1>을 포함한 일련의 설치는 작가가 배치한 프레임 위로 관람자의 몸이라는 새로운 매질이 겹쳐져 유동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표류하는 공간의 조각들 사이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평면과 입체의 관계를 끊임없이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얻게 된다. 이향안의 작업 세계는 본 작업을 기점으로, 작가가 일련의 이미지들을 토대로 구축한 시공간의 입체적인 프레임들이 그것을 수용하는 실재하는 장소와 대상을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그 의미를 다층화하는지 실험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_작가 소개 (글 : 박지형 페리지 갤러리 큐레이터, 전시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 2018)